소경불알 김승기 詩人꽃색을 보고도 모르겠느냐 건드리면 풍기는 짙은 향내 자르면 뿜어내는 유액 덩굴로 벋는 잎 영락없이 더덕인 줄 알았느냐 예쁘게 보이려는 치장이었음에도 혹했던 것이 그래, 실망으로 분통이 터지더냐 심산유곡에서 조용히 줄기 뻗으며 피우는 꽃을 마구잡이로 캐내어 둥근 알뿌리 내팽개치며 무슨 감자처럼 못생겼니 트집 잡아 그렇게라도 부르고 나야 직성이 풀리더냐 얼굴이 못났다고 마음까지 못났을까 어지러운 세상 멀리하며 그리운 사람 닮고자 했던 몸짓일 뿐 무엇을 감추려 했겠느냐 쓰임으로도 어디 부족함이 있으랴만 어찌해야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을 수 있겠느냐 *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 소경불알 : 도라지(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