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즘나무버즘처럼 얼룩진 껍질 아래숱한 이야기들이 깊이 숨어있어이국의 바람을 타고 건너온시간의 상처들이 가엽다.우리는 그늘서 쉬지만버즘나무는 서서히 무너지고푸르름이 더는 젊음이 아니고그리움만 끌어안은 늙은 나무다.가을바람에 떨어지는 것은낙엽뿐일까, 아니면 기억일까.나무는 묻는다.이 땅이 낯설기만 한 건너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우람하게 뻗은 나뭇가지 끝에닿지 못한 낮달이 떠 있고머잖아 사라질 푸르름도지금은 모든 것을 덮고 있다.일렬로 서 있는 나무 아래서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알 수 없는 채로한참을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