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앤무사원을 출발하여 차로 20분 가는 거리에 있는 카이딘 왕릉(응릉應陵) 입구에 도착하니 14시 10분이다. 먼저 좌측에 매표소가 있고 우측에 검표원이 서있는 삼관문(三關門)이 우리를 맞는다. 입구에는 난간을 용으로 새긴 웅장한 계단이 있고 고딕식 첨탑 같은 기둥 4개가 솟아 있다.
카이딘 왕릉은 응우옌 왕조의 12대 황제인 카이딘의 무덤으로 1920년에서 31년까지 10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프랑스 편에 서서 수탈과 사치로 베트남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황제의 가장 화려한 무덤으로 불린다. 왕릉은 베트남양식에 유럽식 건축 양식이 가미되어 수입목재와 석재로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입구를 지나면 넓은 공간이 있고 36개의 계단 위에 중국풍의 패방 형식의 문이 있다. 용무늬의 계단 난간석에는 푸른색의 눈이 박혀있는데 일부는 카이딘왕을 싫어한 사람들이 깨기도 했단다. 패방 문의 위쪽에는 화려한 양식이 조각돼있다.
패방을 지나면 카이딘 왕릉 설명판이 있고 그 위에는 양쪽으로 오벨리스크(Trụ Biểu)를 거느린 8 각형의 비정(碑亭)이 있다.
두 개의 오벨리스크형 기둥은 응우엔 왕조의 권위와 위엄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안내문에 영어로 OBELISK, 한자로 방첨탑(方尖塔)이라고 쓰여있다. 난간을 친 돈대 안에 방형의 긴 탑신을 세우고 액자 모양의 테두리 안에 대리석에 글자를 써넣었는데 글자는 마모되어 인식되지 않는다.
카이딘의 공덕비가 들어있는 콘크리드로 만든 8 각형의 정자는 회백색으로 세월의 무게를 쓰고 있다. 비정 앞에는 호위무사들과 문-무관 그리고 왕이 좋아하던 동물인 코끼리의 석상이 세워져있는데 카이딘 왕의 키 컴플렉스가 있어서 석상은 높이 150센티 이하의 작은 키로 만들어졌다. 석상들은 3기의 칼을 든 무사상과 뒤에 6기의 문관이 있는 좌우대칭 형태이다. 8 각형의 비정은 카이 딘 황제의 공적을 기록한 비를 보호하는 2층의 장중한 碑閣(비각)으로 외벽과 기둥에 섬세
한 조각이 감탄을 자아낸다. 지붕과 기둥은 용의 형상과 龍紋(용문), 벽면에는 吉祥紋(길상문)이 화려하게 刻彫되어 있다.
카이딘 왕이 1916부터 25년까지 재임했고 왕릉은 1920년부터 10년간 공사했으니 사후에도 공사가 진행된 셈이니 그의 아들인 바오다이 황제가 왕릉을 완성하게 된다. 비각 안에는 제13대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가 아버지 카이 딘 황제를 위해 만든 공적비가 있는데 비문 끝머리에 孝子 嗣 皇帝 臣 腆 謹誌(효자 사 황제 신 전 근지) 라고 쓰여 있다. 아들이 황제 아버지에게 바친다는 유교적인 내용의 글이다.
비각을 나오면 천정궁(天定宮)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세 곳으로 나있고 계단의 난간에 크고 코믹한 모습의 용 조각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저 있다. 올라가서 뒤돌아보면 비각의 2층이 보이고 그 앞 쪽에 향로가 놓여있다.
드디어 카이딘왕릉의 핵심 건물인 천정궁(天定宮, Cung Thien Dien)을 마주하게 된다. 카이딘왕이 1922년 파리박람회를 방문하고 돌아와 보고온 건축양식을 반영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용모양 계단 난간석이 있는 서쪽계단으로 올라가니 서쪽문의 왼쪽에 江山有主千秋福蔭地留餘<(강산유주천추복음지유여) 강산은 주인이 있어 천년 복내림으로 땅은 넉넉함으로 머무는구나>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벽면과 기둥은 용문양을 중심으로 하여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되어있고 문 위쪽에 以禮制心(이례제심-예로써 마음을 다스리라!)이라는 편액이 양각되어 있다. 문의 우측에는 <風景無邊萬狀神氣天作合(풍경무변만상신기천작합) - 풍경은 끝이 없고 만상의 신령스러운 기운은 절로 생기는데>라는 글이 써있는데 우측을 먼저 읽고 좌측을 읽는 순서인가 보다.
동쪽 문 위에도 용문양의 조각이 서쪽과 대칭으로 장식되어있고 그 아래에 爲仁由己(위인유기)라는 논어 '안연'편에 나
오는 글이 양각되어 있다. 인은 자기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다라는 뜻이다. 그 아래에 문의 좌우로 <四面獻奇觀風景別開宇宙(사면헌기관풍경병개우주) 사방으로 주는 빼어난 풍경은 별천지를 열고>와 <億年鍾旺氣江山長護儲胥(억년종왕기강산장호저서) 억년 세월 좋은 기운 받은 강산은 군영(軍營)을 길이 감싸네.>라는 글이 적혀있는데 동서쪽 4개 모두 11글자로 좌우 대칭을 이룬다.
로비에 들어가면 카이딘 왕의 시신이 안치된 계성전(啓成殿)이 있는데 다른 왕들의 능과 달리 최초로 내부에 전선을 넣어서 전등을 켤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대리석으로 된 호화로운 계성전 안내판 옆에는 계성전에 세개의 홀이 있다는 안내판도 서있다. 메인 홀에는 카이딘왕의 동상이 있고 나머지 두개의 방에는 왕의 소장품들이 전시되어있다.
계성전 현파 아래 호화로운 모자이크 조각의 제대 앞에는 왕의 흑백사진이 있고 중국 전설에 나오는 주작 두마리가 지키고 있고 천정에는 왕릉을 지켜주는 꾸롱아반이라는 9마리의 흑룡이 있는데 조각가 판바탄의 작품이다. 꾸롱아반은 아홉마리의 용이 구름을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벽은 자기와 유리 모자이크로 중국풍의 화병, 화초, 괴석, 대나무 등을 병풍 모양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계성전 내부는 화려가기 그지없는데 홀 중앙에는 금박을 입힌 청동으로 된 카이딘 왕의 등신(等身) 동상이 화려한 휘장 아래 앉아있다. 카이딘 왕의 청동상 바로 아래 18m 깊이에 그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청동조각상은 1920년에 프랑스에서 제작하여 들여 온 것이라고 한다. 동상은 호화로운 기단 위에 올라있고 조각상 뒤의 태양 조각은 해가 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죽음을 의미한다.
커다란 용들이 휘감고 올라가는 조각을 한 두 개의 기둥 사이에 입구처럼 글이 써있고 벽의 장식은 우리나라 자개장식을 연상시킨다. 화환모양의 장식 뒤쪽으로 또 다른 방이 있다.
두개의 방에 카이딘황제가 소장했던 물건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사진을 찍으며 한바퀴 돌아본다. 프랑스대통령에게서 받은 도자기 선물에는 천사의 모습이 리본처럼 장식되어 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문양의 향로(Incense Burner)가 있고 좌측에 동물조각과 우측에 여자동상이 있고 위에 그릇을 이고있는 시계(Clock)가 전시되어 있다. 벽에는 카이딘왕의 사진도 걸어 놓았다.
카이딘왕 묘지를 구경하고 나와 오벨리스크도 다시 보고 카이딘왕릉을 나선다.
3시쯤 출발하여 다낭으로 향하는데 길 옆으로 베트남의 공동묘지가 보인다. 카이딘의 묘지와 공동묘지가 묘하게 비교된다. 돌아갈 때는 베트남 최초의 터널인 하이번터널을 이용하여 돌아가는데 2005년 6월에 완공된 6.2Km의 이 터널을 이용하면 하이번고개보다 더 빨리 갈 수 있다. 터널 안은 마침 공사중이다.
회색하늘 아래 바닷가에는 베트남 전통양식의 고기잡는 그물이 드리워져있는데 고정식 리프트 트랩그물이라고 부른다.
길옆의 차선표지판 표시는 1차선은 자동차전용, 2차선은 차+오토바이, 3차선은 오토바이+자전거이라는 뜻인데 그림으로만 되어있어 재미있어 보인다. 차선법규를 꽤 잘 지키는 것 같다.
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며 학교 앞을 지나 핑크성당으로 알려진 다낭대성당 앞을 다시 지난다. 다낭에 들어서서 퇴근시간 모습을 보니 길에는 많은 차와 오토바이가 엉켜서 거대한 물줄기처럼 흐르고 있다. 자전거가 오토바이로 바뀌고 점차 승용차로 바뀌겠지..하는 생각을 하니 또 다른 중국의 모습이 떠올라 섬뜩한 생각이 든다. 우리를 태운 차는 퇴근 물결을 따라 한강의 용교(Cao Long)로 들어선다.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다. 안다는 것은 편한 것이다.
17:10 Ion 라텍스점에 도착하여 구경을 하고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멀리 해수관음상(Lady Buddha)과 영응사(靈應寺)가 보인다. 영응사는 다낭 손짜 반도 해발 693미터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6시 10분 예가라는 한식당에 도착하여 저녁메뉴로 국민회식음식인 삼겹살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후에 카이딘왕릉 동영상으로 보기 클릭 https://youtu.be/yAXhNGc3U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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