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梅花) - 信士 박인걸
양지쪽 돌담 곁
찬 바람에 몹시 흔들리던 저 나무
겨우 내내 제 몸을 깎아 뼈만 남기더니
지금 보니 허공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다.
핏빛 머금은 꽃봉오리
누가 이 엄동에 붉은 못을 박았나.
생각해 보면 꽃이 피는 일은 몸살이다.
앙상한 가지가 제 살을 뚫고 내미는
저 처절한 침묵의 고통
꽃향기는 비릿한 수액 냄새를 풍기며
담장 너머로 낮은 포복을 한다.
저토록 붉은빛은
십자가 성화에서 본 선혈(鮮血)이다.
가시관 눌려 쓴 이마에서 뚝 뚝 떨어지던
기억의 파편들이 가지마다 매달려
봄을 향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아! 사무치게 그리운 이여
당신은 붉게 핀 꽃으로 온 것이 아니라
찢어진 껍질 사이 깊은 흉터로 오셨군요.
내 뼛속까지 스며드는 이 향기는
당신이 울며 흘린 비릿한 사랑의 냄새군요.
돌담 곁 아직 추운 그늘에
매화꽃 예수가 비스듬히 서서
그윽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현호색 - 백승훈 시인 (0) | 2026.03.23 |
|---|---|
| 개불알풀 - 김승기 詩人 (1) | 2026.03.21 |
| 소경불알 - 김승기 詩人 (1) | 2026.03.16 |
| 애기똥풀 - 김승기 詩人 (1) | 2026.03.12 |
| 나도송이풀꽃 - 백승훈 (1) | 202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