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보데요비체의 CB호텔에서 하룻밤을 잘 지내고 아침 8시에 출발하여 26.4Km떨어진 체스키 크롬로프(Cesky Krumlov)에 10시쯤 도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마을,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도시등의 애칭이 붙어있는 이 도시의 이름은 체코를 의미하는 Cesky와 구부러진 길 또는 오솔길이라는 의미의 Krumlov를 합성하여 만들어진 이름인데 우리에게 몰다우강으로 알려진 볼타바강(Vltava)이 우리나라 하회마을처럼 마을을 S자로 휘감고 돌아나가는데서 연유한 것 같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내린 우리는 10여분여를 언덕길을 걸어올라 마을 전체가 조망되는 언덕에서 사진을 찍고 자메츠카 정원으로 간다. 로젠베르그 시절 왕비를 위해 만든 정원이란다. '보헤미아의 진주'라 불리는 체스키 크룸로프의 역사는 1250년 보헤미아의 귀족이었던 비트코프 가문이 이곳에 성을 지음으로써 체스키 크룸로프의 건설이 시작되고 14세기에 로젠버그가문(Rosenberg)이 다스리다가 1602년 신성로마제국의 루돌프2세에게 매각되고 그 후에 에겐버그가문(Eggenberg)에 양도되고 1719년에 슈바르첸베르그가문(Swartzenberg Family)에 넘어간 후에 1차세계대전 후부터 나치점령기간을 빼고 체코의 영토이다. 성을 돌아다니다보면 여러가문들의 가문 문장이 벽에 장식되어있는데 이 가문들을 알아야 빨리 이해가 된다.
정원을 둘러본 후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크고 세계 300대성에 뽑힌 체스키크롬로프성에 들어가는 입구에 슈바르첸베르그가문의 문장이 붙어있는데 마지막 가문이어서 눈에 많이 띄는 것 같다. 성문을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본 체스키크롬로프 전경>
<좌측 첨탑이 흐라데크(
전망대에서 나오면 정면의 벽에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해시계가 있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10시 28분이니까 시간이 꽤 잘 맞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을 자세히 보면 5시에서 부터 3시까지만 있다. 3시 이후에는 햇빛이 들지않아 이렇게 만들었단다. 아마 그당시 영주님이 3시이후에는 여기서 시간을 볼 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ㅋㅋ 해시계 옆에 창문과 벽돌이 보이는데 실제가 아니라 그림이다. 이런 양식을 스그라피토기법이라고 하는데 체스키크롬로프 전체에 저런 그림들이 널려있었다.
이제 오른쪽으로 망토 다리(Cloak Bridge)를 건넌다. 플라슈티교(most Na Plasti)라고도 부르는데 사람들이 다니는 길의 아래 쪽은 처음에 해자였으며 다리는 서쪽 성(城)으로 연결되는 부분이고 그 위 통로는 극장 무도회 홀(마스쿠에라데 홀; Masquerade hall)과 연결되어 있으며 가장 위쪽 통로는 성 정원이 있는 갤러리로 통한다. 예전에는 이 복도를 통해 성의 지붕과 멀리 프란체스코 수도원(Minorite monastery)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폐쇄되었다. 1777년까지는 나무다리였으나 그 후에 콘크리트로 개축하였다.
망토다리를 건너 어두운 통로를 통과하면 제4안뜰과 만나게된다. 체스키크롬로프성은 5개의 안뜰과 4개의 정원을 갖고 있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고 건물사이에 있는 공간에 그렇게 이름을 붙여놓은 거다. 안뜰에 들어서면 뜰을 둘러싸고있는 건물벽이 모두 스그라피토기법으로 장식되어있다. 스그라피토(Sgraffito)기법은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장식기술로, 속임수 부조나 그림을 그려놓는 것인데 17세기에 트롱프뢰유에 사용된 것과 비슷하다. 트롱프뢰유( trompe l'œil)는 프랑스어로 '눈속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진짜 창문과 가짜창문을 구별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안뜰과 통로를 거쳐가다보면 제법 넓은 제2안뜰에 닿게되는데 좌측으로 전쟁에 사용됐던 대포와 무기들이 전시되어있고 가운데 우물이 하나 보인다. 그 맞은편 오른쪽 코너에 체스키크롬로프의 전망대처럼 사용되는 옛날에는 감옥이었던 흐라데크(
제2안뜰을 벗어나는 문을 나오면 해자를 건너는 다리가 있고 옛 해자였던 곳에는 지금 곰을 사육하고 있다. 곰은 1500년대부터 사육했다고 하는데 한때는 죄진 사람을 던져넣었다고도 한다. 내려다보니 빠지면 도망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리를 건너 제1안뜰에 들어서면 옛날에 양조장, 소금창고, 마굿간, 대장간등으로 사용되던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데 지금은 카페나 기념품점으로 개조되어있다.
제1안뜰에서 체스키크롬로프 성문을 빠져나오면 카페, 기념품점과 관광객들로 복작거리는 라트란(Latran)거리와 만나게된다. 라트란거리는 마술사 영화였던 일루셔니스트에 나왔던 거리란다.
우리는 길에서 왼쪽으로 빠져 체코의 젖줄인 볼바타강으로 나간다. 건물 벽에 붓으로 그려놓은 듯이 까만 점들이 찍혀있는데 2002년 볼바타강이 범람하여 물이 찼던 위치라고 한다. 볼바타강과 어우러진 체스키크롬로프의 모습은 어디에서 카메라를 대도 그냥 그림엽서이다.
체스키크롬로프의 작가 바렐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카페를 거쳐서 다시 라트란거리에 나와서 요스트 성당을 지나다 재미있게 빵을 만드는 상점을 구경한다. 쇠꼬챙이에 돌돌 말아서 온갖 재료를 묻혀 구운 빵인데 먹기도 좋고 맛있다.
곧 우리는 볼바타강을 건너는 이발사의 다리(Lazebnicky Most)와 만난다. 이발사의 다리는 슬픈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이 다리 근처에 이발사가 살고있었다. 이곳의 대영주인 루돌프2세의 서자 아들이 정신병을 앓고 있었는데 마침 이 마을로 요양 오게되었다. 요놈이 이발사의 아름다운 딸에게 반해 결혼을 했는데, 어느날 밤 잠들었던 이발사의 딸이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발사 사위는 범인을 찾는다며 매일 이곳의 주민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더 두고 볼수없던 이발사는 자기가 범인이노라고 거짓으로 자백을 했고 사위손에 죽게된 이발사를 기리기 위하여 이곳에 다리를 만들고 이발사의 다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는데....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이발사의 다리위에는 십가가에 달린 예수상과 카를교에 던져져 순교한 성 요한 네포무크(Jan Nepomucky)의 동상이 여행객들의 사진 모델이 돼주고 있다. 보헤미아 국왕이자 로마왕이었던 바츨라프4세는 왕비가 네포무크 신부를 찾아가 자주 고해성사를 하자 왕비를 의심하던 왕은 네포무크 신부에게 그 내용을 묻게 되고 이 명령을 거절한 신부는 고문을 당한 후 프라하의 카를교에 끌려가 블타바강에 거꾸로 던져져 순교를 당했다. 다음날 강 위에 다섯 개의 별과 같은 광채가 떠올라 사람들은 그 광채가 난 곳으로 가서 성 요한 네포무크의 시신을 발견하여 수습하고 대성당에 안장하였다. 요한 네포무크는 1721년 5월 31일 시복되었으며, 1729년 3월 19일 교황 베네딕토 13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 20미터쯤 가면 16세기부터 시청이 있는 스보르노스티(Svornosti)광장이 나온다. 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광장으로 시청사, 경찰서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인포메이션 센터, 레스토랑, 카페, 유료화장실, 기념품 가게 등이 있고 위쪽으로 마리아상이 올려져있는 마리아기둥이 있다. 17세기 이 도시에 흑사병이 덮치자 사람들은 간절히 기도를 하게되고 결국 병이 물러가자 성모마리아의 축복에 감사하며 이 기둥을 세웠다. 탑 아래엔 8명의 성인 조각상이 있으며 프라하의 조각가 마티아시 바츠라프 야켈이 만들었다.
여기까지 관광을 마치고 40분정도의 자유시간을 준다. 나는 다른 곳에서 성당을 많이 봐서 비투스성당은 포기하고 흐라테크타워(Hradek vezi)를 가기로 했다. 높이가 54미터이고 볼타바강부터 재면 86미터인 이 캐슬타워는 어디서나 잘 보여서 길찾는데 중요한 이 도시의 랜드마크이다. 비트 코프 백작이 고딕양식으로 처음 건축했는데 로젠부르크 가문에 의해 르네상스 스타일로 증축과 개축을 했다고 한다. 입장료를 체코돈이나 카드로만 받아서 걱정했는데 다행이 카드가 하나 통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2인에 체코돈으로 100코루나, 4달러, 4530원이다.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160여개의 계단으로 되어있는데 중간 중간에 타워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물들이 전시되어있고 6층이 있는 테라스에 도달하면 여기가 전망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랐는지 계단과 손잡이로 매어놓은 밧줄이 맨질맨질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아름다운 체스키크롬로프의 모습을 시원하게 구경할 수 있어서 올라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12시 40분 바베큐요리로 점심을 먹고 야외테라스라는 곳으로 간다. 이곳에 오면 체스키크롬로프와 성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 야외 테라스로 가는 길에 성 비투스성당이 있고 야외테라스의 맞은 편으로 Hotel Ruze(루체(장미)호텔)이 있다. 수도원을 호텔로 개조한 거여서 아직 종탑도 있고 수도원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지역의 별 다섯개짜리 가장 좋은 호텔이고 직원들은 16세기 복장으로 서빙을 하고 손님들은 로젠버그시대의 복장으로 만찬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야외 테라스 좌측에 노란 건물이 하나 있는데 민속품과 의상들을 전시하는 지역박물관 (Regional Museum in Cesky Krumlov)이라고 한다.
비투스 성당을 지나서 오다가 우리는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갤러리를 구경한다. 에곤 쉴레는 우리가 비엔나에서 보게 될 구스타프 크림트의 수제자인데 크롬로프가 쉴레의 어머니의 고향이다. 쉴레는 애인 체스키 크룸로프는 쉴레 어머니의 고향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던 쉴레는 애인 발리와 함께 1914-1915년에 이곳을 방문해 체스키 크룸로프의 건물들과 풍경을 연작으로 그렸다. 쉴레와 발리에겐 이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지만 자유분방한 애로티즘 작가였던 쉴레는 주민들에 의해 포르노그라피를 그렸다는 이유로 쫓겨나게된다. 현재 체스키 크룸로프의 시로카(Siroka)거리의 오래된 양조장 건물에 '에곤 쉴레 문화센터(Egon Schiele Art Centrum)'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망토다리 밑을 지나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2시정도에 체스키 크롬로프를 떠나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간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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