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비비추
김승기 詩人

어찌 한바탕 꿈이었겠느냐
윤사월 오후
깊은 산사의 뜰
가부좌로 앉은 비구니
눈꺼풀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 햇살
타탁
내려치는 죽비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꽃잎 세우던,
모든 것이 그리움뿐이었겠느냐
누가 가냘프다 하느냐
콘크리트 복사열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색 바랜 몰골의
도시로 내려온 비비추
메마른 땅에서도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목숨이어야
터 잡는 곳이 고향이 된다는 걸 모르겠느냐
찾아보면 도심에도 많은 꽃들이 있어
함께 씨 퍼뜨리며
한 마당 춤판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더냐
*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 비비추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 속 골짜기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짧고, 잎은 모두 뿌리에서 모여나는데 심장형 또는 계란 모양의 넓은 타원형으로 질기고, 암록색을 띠며, 잎자루가 있다. 6~8월에 연한 보라색의 꽃이 피고, 9월에 세모진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검은색의 납작한 씨가 들어 있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한방에서「옥잠화(玉簪花)」라 하여 뿌리와 잎과 꽃을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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