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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만난 섬초롱 - 김승기(夕塘)

HIIO 2026. 1. 27. 09:52

도심에서 만난 섬초롱 

 

                          김승기(夕塘) 


뼈저린 사연이 있었겠지
누구의 손에 이끌렸는지 몰라도
꼭 정든 땅을 떠나야만 했는지
서울의 길모퉁이 콘크리트 담장 옆에서
땡볕 온몸으로 받으며
대낮에도 등을 켜야 하는 어둠을 품어 안고
억지웃음을 피워야 했는지

 

수없이 날아와 박히는 낯선 시선들 속에
한 번쯤은 정다운 눈길이 있었을까
어쩜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화안히 불을 밝히고 있을까
뼛속까지 파고드는 외로움
밤이 깊은데,
너를 바라보는 내 가슴이 따뜻해지네
 
왜 이리도 그리운 걸까
돌아가고픈 생각도 없지만,
돌아가도 어제의 고향이 아니련만,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미련이 남은 걸까

 

그래, 살아가는데 어찌 이곳저곳을 가리겠느냐
메마른 땅도 정 붙이고 살면
그게 고향이 되는 것을
내 집이 되는 것을

 

도심의 아스팔트길
콘크리트 담장 옆에 터 잡은
섬초롱
쏟아지는 불볕햇살 아랑곳없이
오늘도 활기차게 꽃을 피운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2집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 섬초롱꽃은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울릉도 바닷가 또는 풀밭에서 자라며
줄기의 높이는 30~100cm이며 자줏빛이 돈다.
높이 30~100cm이고 비교적 털이 적으며
능선이 있고
흔히 자줏빛이 돌며 줄기는 비대하다.
꽃은 줄기 위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를 이루어
아래를 향해 피고
연한 자주색 바탕에 짙은 색의 반점이 있으며
길이 3-5cm이다.

꽃이 옛날 밤길을 밝혀주던 청사초롱 모양과 비슷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초롱꽃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섬'이 붙은 이유는 울릉도 섬이 고향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명으로는 초롱꽃을 종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종꽃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울릉도에서는 모시나물, 모시딱지라고 부르고 강원 정선에서는 풍령초라고 부르며 울릉취로 유통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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