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 信士 박인걸 그해 여름밤 고고한 달빛은 산골 마을을 무겁게 감싸고 북두칠성은 가칠봉에 비스듬이 걸렸는데 한여름의 적막을 조용히 가르며 반딧불이는 좁은 골짜기를 가로질러 여름밤을 곱게 수놓았다. 초가집 지붕에는 박꽃이 하얗게 웃고 풋 박은 박잎에 숨어 별을 헤아리고 황조롱이는 모기떼를 쫓아 낮게 비행하고 어디선가 짝 찾는 소쩍새 울음 처량했다. 마당 가엔 모깃불 연기 자욱하고 어린 송아지는 어미 소의 묵직한 품에 안기면 마루 밑 강아지는 벌써 꿈속에서 헤맸다. 줄줄이 피어난 지붕 위 박꽃은 소년의 어두운 가슴에 하얀 등불 하나를 밝혀주었다. 낡은 멍석에 벌렁 누워 은하수 물길 따라 내 막연한 꿈을 도회지로 띄워 보냈고 서쪽 하늘 너머의 도회지를 열망하며 몇 개의 박이 가슴에서 동그랗게 익어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