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 - 김윤자 육중한 산의 문을 어찌 열었을까 산도 깊고 물도 깊고 가로수 행렬은 더욱 깊고 길어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 불심에 이르는 길이 이다지도 힘드냐고 도솔천 물 향기에 반쯤은 빠져버린 내 그림자 무거운 육신이 드넓은 대웅전 뜨락에 들어섰을 때 맨살로 배배 틀어 오르는 이름 모를 나무가 석탑과 마주 서서 이고 진 시름을 놓으라 하니 부끄러워라, 세상의 옷에 기대선 이 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진이 타는 검푸른 선운산의 삼천 그루 동백 사월의 고운 아씨로 꽃불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