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대가리에게 파꽃이 하는 말
김승기

나를 닮지 말게나
밋밋한 생애
진창 굴헝에 몸 담그고 살아도
나보다야 나은 삶 아니겠느냐
겉으로는 부러울 게 없어 보여도
평생을 이룬 것 없이 살아온 生이니라
비우려고 애를 쓰면
더 탱탱하게 부풀어 오르는 속내
멋지게 씨봉을 뽑아 올려도
짓물러 터지며
설운 눈물 쏟게 만드는
아리고 매운 향으로
하얀 속살에서 진물이 흘러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사는 몸이니라
발버둥치며 치며
꽃향 한 번 톡 쏘고는 터져 버리는 것 보다야
끈질기게 꽃심 다시 피워 내는
너의 한없이 밍밍한 깊은 속에서
보람을 찾아야 하느니라
올바르지 못한 이름으로 불려지면서까지
닮을 게 없어, 꼭 나를 닮으려 하느냐
*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 파대가리 :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햇볕이 쬐는 습지에 자생하며 논둑이나 밭둑 길가의 빈터 습지에 흔히 자란다. 6~10월에 두상화로 된 녹색의 꽃이 둥근 공 모양으로 피고, 10월에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꽃차례의 모양이 파꽃처럼 둥글게 생긴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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