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꽃 피던 날 - 信士(신사) 박인걸
겨울의 기도가 끝나지 않은 새벽
아직 차가운 땅 위에
하나님의 숨결이 먼저 내려와
메마른 시간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
누구도 듣지 못한 그 음성을
매화는 어떻게 알았을까.
말씀에 순종하듯 마른 가지 끝에
작은 웃음 하나 곱게 매달았다.
겨우내 하늘을 바라보며
별빛으로 기도하던 그 가지 위에
붉은 꽃송이 곱게 피어난 것은
고난을 견디며 드린 기도였으리라.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주님은 꽃송이로 보여 주시고
그 향기는 하늘에 스미어
하나님의 마음에 닿았다.
매화꽃 곱게 피던 날 아침
봄은 오는 계절이 아니라
당신이 여시는 은혜였음을 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침묵을 쌓아야 했는지
긴긴밤을 견뎌야 했는지
이제야 나는 안다.
봄빛이 언덕 위에 번져 올 때
말없이 피어 있는 매화꽃 앞에 서서
나의 겨울도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눈물로 묻어 두었던 시간의 자리마다
주님은 봄의 씨앗을 숨겨 두셨고
순종의 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향기가
오늘도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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