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士/박인걸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거친 땅에 햇살 품은 둥근 얼굴 슬며시 내밀며 흙냄새 머금고 소슬바람에 흔들린다. 잡초라는 이름 하나 등에 지고 길모퉁이마다 하얗게 피는 소박한 사연
늘 무시당한 채로 그늘진 길가에 서서 하얀 꽃잎에 맺힌 정적은 차가운 이슬이 되어 오래된 바람을 몸에 새긴 채 세월을 견디며 흩어진 그리움만 바람에 실어 보내니 바라보는 이 없어도 홀로 아련한 빛을 발한다.
황무지라 하여 피어나지 못할 까닭 있으랴 이름마저 서글픈 굴레 속에서도 또렷한 생명의 의지 피고 지는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섭리였기에 자리를 탓하지 않는 저 기막힌 침묵으로 생명의 한 조각을 가슴에 품는다.
뒤돌아보면 우리네 삶의 길목도 이와 같아서 화려한 장미꽃처럼 눈부시지 못할지라도 제 몫의 꽃 한 송이 가슴에 품은 채 각자 외로운 계절을 견디어 마침내 피어나는 것 오늘도 길가의 개망초가 말없이 나를 지나간다. 2026,8,8
*개망초는 1800년 후반 개화기, 미국으로부터 철로목이 수입될 때 그 씨앗이 묻어 들어와 전국에 퍼지면서, 골치 아픈 잡초 취급을 받았으며 사람들은 나라를 망하게 할 잡초라 하여 이름을 개망초라 불렀다고 한다. 묵밭이나 길가 아무데나 서식하는 식물로서 생명력이 강하다. 꽃은 예쁘지 않으나 요즘은 보라색 개망초도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아주 미운 꽃도 아닌데 개망초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꽃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는 것같다.